엑손(Exxon), 2013년까지 세계 최대기업, 이제 다우지수 에서 쫓겨난 신세
수십 년 동안 엑손모빌은 많은 돈을 벌었고, 그 벌어들인 현금을 현명하게 썼으며, 주주들에게 아낌없이 보상했다. 2013년까지만 해도 엑손(XOM)은 지구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이었다. 2014년 중반까지만 해도 엑손의 시가총액은 4,460억달러(약 535조원)를 기록했지만, 이제 엑손은 껍데기만 남은 신세가 되었다.
엑손모빌의 추락
천연가스에 베팅하는 것에서부터 미국의 그 유명한 셰일가스 붐에 편승해 아무 전략도 없이 “남들이 하니까 한 번 해볼까”라는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일련의 결정으로 난관에 맞딱뜨린 엑손모빌은 지금 어디로 자신들이 가야 하는지 방향을 잡지 못한 채 그냥 서있는 꼴이 되었다.
엑손은 이제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손실을 보고 있다. 후한 배당금으로 주주들에게 많은 돈을 벌게 해 준 엑손은 지금 기후 위기에 대한 깊은 우려와, 화석연료 산업의 미래가 우리 삶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것과 맞물려 기업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그 회사의 시장 가치는 최고점에서 무너지는 소리가 들릴 정도인 2,670억 달러(약 320조원)라는 금액으로 내려 앉았다.
기술기반 기업들과 황혼기에 접어 든 오일산업
엑손모빌의 최근 굴욕은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Dow Jones Industrial Average)에서 92년간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던 천하의 엑손모빌이 지금은 그 독점적 지위에서 퇴출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식 시장은 지금 엑손모빌 대신에 기술 회사인 Salesforce (CRM)로 대체되고 있다. 그리고 엑손보다 후발주자인 셰브론(CVX)은 현재 다우에 존재하는 유일한 석유오일 회사이다.
주식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에 상징성을 부여하면서, 화석연료 에너지 부문은 이제 예전과 같은 영향력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을 투자자들이 인식하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베스포크 투자자문 그룹(Bespoke Investment Group)은 오일가격이 배럴당 140달러 이상이었던 2008년 당시의 에너지 부문은 S&P 500의 16%를 차지했지만, 지금은 S&P 500의 2.5%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한 순간에 갑자기 바뀐것이 아니라 미국 경제의 변혁과 시장이 그 방향의 모멘텀을 반영하면서 서서히 변해 온 것이라고 말 하면서, 아마존(AMZN), 애플(AAPL), 줌(ZM) 등 수많은 기술기반의 기업들이 팬데믹 때 더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하나의 예로 제시했다. 반면, 석유회사들은 사상 처음으로 잠시 마이너스가 된 가격 폭락과 수요의 붕괴로 인해 현재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엑손과 세브론, 상황은 같지만 결과는 다른 이유
그러나 다우존스지수의 이러한 변동은 에너지 산업의 광범위한 문제로 치부할 수만은 없다. 어쩌면 엑손모빌에 특별히 국한된 문제일 수 있다는 것이다. 3월 23일 미국 증시가 바닥을 쳤을 때, 엑손은 거의 18년 만에 가장 약한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었고, 이후 엑손은 시장 확대와 함께 잠깐 반등했었지만, 올해 전체적으로 보면 40% 이상의 하락세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반면, 쉐브론은 28% 하락하는 데 그쳤다. 이러한 현상은 이 격동기에 셰브론의 능력과 배당금의 안전성에 대해 더 많은 자신감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그 이유를 “셰브론은 재정성에 있어 항상 보수적이었으며, 비교적 깔끔한 재정관리를 해 오고 있었다”는 것을 들고 있다.
엑손의 무리한 배당금 지급 실책
반면, 엑손은 37년 연속 배당금을 계속 올리면서 귀족그룹이 됐다. 주식 분석가들은 그러한 행보가 현재 엑손을 위험에 처하게 만든 이유라고 말하고 있다. 에너지경제금융분석원(Energy Economics and Financial Analysis)에 따르면 지난해 엑손은 배당금의 64%를 충당하기 위해 회사의 자산매각과 차입에 의존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역사적으로 엑손은 석유와 가스 분야에서 가장 효율적인 회사였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현금 유동성이 아주 강할 때 신규투자와 기술개발 보다는 높은 배당금 지급을 택했던 정책으로 지금은 엑손에게 큰 부담으로다가오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엑손의 천연가스 회사 매입과 가이아나 투자 성과
엑손모빌의 문제는 사실 수년 전에 뿌려놓은 씨앗이 싹 트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2009년 엑손은 천연가스 거대기업인 XTO를 사들이기 위해 410억 달러(약 49조원)를 투자했다. 천연가스 가격이 폭락하여 엄청난 타격을 받았기 때문에 회복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엑손과 셰브론 두 회사는 초기 그들 자신의 뒷마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석유오일붐을 이용하는데 실패했다고 말한다.
그나마 엑손에게 희소식은 해외에 투자한 일부가 마침내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것이다. 가이아나(Guyana)에 대한 엑손의 투자는 향후 회사의 주요 성장 원천이 될 것으로 예상되며, 수익성이 나올 수 있다고 엑손은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엑손은 가이아나에 80억 배럴 이상의 오일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수익성을 올리기 위한 시간과 돈이 엄청 필요하다는데 문제가 있다.
테슬라와 친환경 신재생 에너지에 투자되는 돈
그러나 가이아나의 오일이 엑손에게 어느정도 이윤을 올릴 수 있는 소스의 역할을 한다 하더라도 기후 위기로 인해 친환경 에너지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점점 더 쏠리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현재 투자자들은 태양광, 풍력, 테슬라(TSLA)에 베팅을 선호하고 있는 상황에서, 엑손은 단지 화석연료를 생산해내는 업체로 잘 알려져 있다.
BP(BP), 토탈(TOT) 등 유럽 오일회사들이 신재생에너지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과감한 이윤 목표 창출을 설정했지만, 엑손은 옆에서 멍하니 쳐다만 보면서 기업활동은 이전에 비해 훨씬 더 위축되고 있다. 한 BP에너지펀드 담당자는 “앞으로 에너지 회사들이 어떻게 회사를 홍보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사활이 달려있다”고 말했다.
물론, 대부분의 주식 분석가들은 석유 수요가 하룻밤 사이에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원유에서 점차 벗어나면서 “미래의 에너지가 이것이다”라고 말하는 기업에 투자자들이 몰릴것은 당연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엑손은 지난 10년 동안 그러한 것으로부터 너무 동 떨어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