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입장에서 본 아베 신조의 총리사임과 지역 안정, 미국과 일본의 동맹관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건강 관련 루머가 몇 주째 돌았고, 금요일(9/11) 아베의 총리사임은 미국 고위 관리들에게는 별다른 충격으로 다가오지는 않았지만, 아베의 총리사임 발표 시점이 조금은 걱정된다는 반응이 미 정가에서 나온다는 주류언론들의 보도가 있었다. 아시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 무역 전쟁은 더 거칠어 지고 있으며, 중국의 동 중국해와 남 중국해에서의 도발적인 행위는 점점 더 노골적인 행동을 취하고 있다고 미국은 보고 있다.
중국의 도발과 실제적인 위협
예를 들어 불과 며칠 전만 해도 중국은 6개 정부가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남중국해를 향해 탄도미사일 4발을 발사하는 위험 천만한 도발을 스스럼 없이 자행했다. 중국은 또한 일본의 통치하에 있는 센카쿠(Senkaku) 열도 근처지역을 중국 배들이 항해할 수 있도록 하게 함으로써 일본을 자극하면서 긴장을 의도적으로 고조시키고 있다. 중국은 또한 센카쿠 열도를 디와오이(Diaoyu)라 부르면서 그들의 영토로 주장해 오고 있다.
거기에다가, 중국은 홍콩에 대한 단속을 강화함과 동시에 대만을 계속 위협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몇 년 안에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를 계속 불러일으키고 있는 중이다. 미국은 일본 최장수 총리인 아베를 이 지역의 안정을 유지하는 사람으로 보고있다. 미국은 그의 민족주의적인 배타심이 주변국가들을 불쾌하게 만들고 미국 또한 그러한 그의 행동을 탐탁하게 여기지 않지만, 그를 “규칙을 중요시하게 여기면서 국제질서 유지를 위해 헌신하는 다자주의자”로 보고있다.
오바마의 일본 사랑으로 굳건해진 아베의 정치적 입지
미국은 그가 2013년 일본 제국주의 군대의 과거 상징으로 여겨지는 신사 참배를 한국과 중국이 아주 싫어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강행하고, 그러한 그의 행동에 미국 또한 불쾌하게 여겼었지만, 미국은 아베를 “미일동맹의 확보와 개선을 위한 헌신에 조금의 흔들림이 없다”고 평가하고 있다. 아울러 2015년에 아베는 자위대의 무력사용을 정당화하는 헌법 조항을 재해석해 일본내에서도 많은 논란을 일으켰던 국가안보 입법을 강행했고, 이 법안은 일본이 집단적 방위 책임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으며, 필요할 경우 미국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아베가 이렇게 할 수 있도록 뒤를 받쳐준 미국의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였다. 버락 오바마는 특별히 아시아에서 일본을 편애(?)한 것으로 미국내에서는 잘 알려져 있다. 미국 사람들의 입장에서 그가 아시아의 특정 국가를 지정해 편애한다는 것에 시비를 걸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한국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오바마는 완전히 역적질을 한 것이다. 오바마는 당시 북한의 핵에 대해서는 “전략적 인내”라는 그럴싸한 말로 한반도를 철저하게 무시하고 있었다.
아베, 미국을 향한 끊임없는 아부와 구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자 아베는 뉴욕으로 날아가 트럼프 타워에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를 만난 첫 외국 지도자로 그 이름을 전 세계에 알렸다. 이러한 아베의 미국 대통령을 향한 아부는 그의 정치적 입지를 굳건하게 한 소스이기도 했다.
그 후 아베는 경제적 전략적으로 모두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12개국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rans-Pacific Partnership – TPP)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한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지만, 그래도 나머지 11개국과 포괄적이고 진보적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 협정(Comprehensive and Progressive Trans-Pacific Partnership – CPTPP)을 유지한 뒤에 트럼프 행정부와는 별도의 양자협정을 맺는 정치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와의 양자협정은 TPP보다 더 제한적이기는 했지만, 관세 수준에서 상당 부분 합의를 이루어 냈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두 동맹국 간의 무역 긴장을 피할 수 있는 기반을 다졌다는데 큰 의미가 있었던 협정이었다.
중국을 무시하지 못하는 일본
일본은 중국에 대해 항상 난처한 입장을 취해오고 있었다. 무시하자니 부담되고 숙이고 들어가자니 자존심이 상한다는 뭐 그런 것이었다. 그러면서 일본은 점점 더 힘이 세지고 있는 중국의 힘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일본은 더욱 미국의 군사력과 경제력에 의지하려는 경향을 보였다. 아베는 불필요하게 중국을 자극하지 않고 미국의 눈치를 보면서 항상 중국과의 관계개선을 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를 반증하는 것은 지난 6월 일본 정부가 홍콩을 향한 중국의 대처에 우려를 표명한다는 표면적인 선언은 하면서도 “한 국가의 두 체제(one country, two systems)” 원칙을 근본적으로 종식시키려는 중국의 국가보안법 통과를 규탄하는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와의 공동성명 체결 요구는 무슨 핑계를 대고 그 요구를 거절했는지 분명하지 않지만, 그 공동성명을 하자는 제안을 어떻게든 뿌리쳤다.
아베 이후의 미국과 일본 관계
아베 총리 후임으로는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이시바 시게루 전 방위상, 고노 다로 현 방위상, 기시다 후미오 전 외무상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자민당에 의해 다음 달 누가 선출되든 미국은 계속 자국의 이익에 일본이 움직여지길 바라고 있다. 아베 총리이전 일본 총리 였던 하토야마 유키오(Yukio Hatoyama) 총리가 이끄는 일본 민주당(Democratic Party)이 중국과 훨씬 긴밀한 관계를 맺기 위해 움직였던 사실을 미국은 잊지 않고 있을 것이다.
아베의 등장은 미일 동맹에 있어서 양국 간의 유대가 어느 정도 체계를 잡을 정도로 굳건해진 것은 사실이다. 예를 들어, 인도-태평양 지역의 4각 안보를 유지하기 위해 대한민국은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미국은 일본, 호주, 인도를 포함시키면서 정기적인 만남을 가져오고 있다.
미국은 아베의 사임을 세계적인 팬데믹과 다가오는 경제 위기와 함께 현재 가장 큰 이슈로 정해 놓고 있을 수도 있다. 아베의 사임이 당장 미국에게 어떤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게 하지는 않겠지만, 중국의 도발과 이 지역에서 중국의 커가고 있는 힘을 감안할 때 이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에 심각한 도전이 제기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