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장기 기증 시스템, 이대로 괜찮은가?

Dr Barnard's first human heart transplantation in December 1967
앞으로 미국에서는 장기 기증에 대한 서약을 좀더 신중하게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뇌사 선고를 받고 장기 기증을 약속했던 미국 켄터키주의 한 남성이 장기가 적출되기 바로 전 깨어나는 사건이 발생해, 관련 당국의 조사가 시작되었고 이와 관련하여 여러 사람이 직장을 그만둔 것으로 알려졌다.
켄터키장기기증자협회(KODA)의 장기 보존 전문가인 니콜레타 마틴(Nyckoletta Martin)은 “앤서니 토마스 후버 2세(Anthony Thomas “TJ” Hoover II, 36)로 알려진 장기 기증자가 2021년 10월 켄터키주 리치먼드에서 장기가 적출되기 전 여러 번 깨어났으며, 그 당시 엄청난 혼란이 발생했었다.”고 말했다.
미국 보건자원관리국(Health and Resource Administration)이 보고한 바에 의하면 “당시 장기 기증자는 병원에서 장기 적출 수술이 시작되기 몇 시간 전에 깨어났으며, 그는 깨어난 후 가족 구성원들을 눈으로 주시하기 시작했지만 죽은 사람처럼 간주됐다.”고 밝혔다.
장기 기증자의 가족이 그가 깨어난 것을 알아차렸을 때, 장기 적출팀은 그의 가족에게 “이것은 사망한 사람들에게서 나타날 수 있는 일종의 반사작용”이라는 말을 했던 것으로 전해져 충격을 주고 있다.
멀쩡하게 살아있는 사람이 가족을 쳐다보고 있는데, 죽은 사람에게서 나타날 수 있는 일종의 반사작용이라는 말로 그 상황을 모면해 장기를 적출하려는 장기 적출팀의 말과 행동이 섬뜩하고 무섭다.
그러나 당시 그의 여동생인 도나 로러(Donna Rhorer)는 “오빠가 나를 바로 쳐다보고 있는데 무슨말을 하고 있는 것이냐!”며 “뭔가가 크게 잘못되었다.”는 말을 한 이후 장기 적출은 취소되었고 후버는 간신히 살아남을 수 있었지만 그는 뇌 손상과 함께 단기 기억상실증에 걸린 것으로 전해졌다.
후버의 심장은 다른 기증자에게 이식되기에 충분히 건강한지를 확인하는 심장 카테터(cardiac catheterization)라는 검사 요법이 당일 9시에 진행되는 동안 깨어날 수 있었는데, 해당 요법은 매우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그는 그 충격으로 깨어날 수 있었다.
그는 깨어난 이후 의식이 분명하게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병원의 장기 적출팀은 당일 오후 4시경에 그에 대한 장기 적출을 원래대로 실시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게다가, 그가 깨어난 후 더 이상 약물이 투여되어서는 안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깨어난 이후 진정제를 맞았으며, 마틴은 이와 관련하여 “깨어난 시점에서 그는 중환자실로 다시 옮겨져야 했지만, 그러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매우 위험한 상태에 방치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밝혔다.
뇌사 상태에서 깨어난 장기 기증자
공영방송인 NPR이 보도한 바에 의하면 후버는 2021년 10월 25일 약물 과다복용으로 인해 뱁티스트헬스리치먼드(Baptist Health Richmond) 병원 응급실에 입원했으며, 그는 당시 35분 동안 심장마비를 일으킨 상태에서 뇌사 선고를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병원 측은 후버가 뇌사 상태에 빠진 것으로 결론지었으며, 이에 후버의 가족은 생명 유지 장치를 이용해 그의 생명을 계속 연장시키는 것을 포기하기로 결정했고, 켄터키장기기증협회(KODA)는 장기 기증자에 그의 이름이 등록된 것을 확인한 후 그를 장기 기증자로 분류했다.
그러나 후버가 당일 오후 장기 적출 수술을 받기전에 의식이 또렷하다는 징후가 보이기 시작하자 당시 그 곳에 있었던 두 명의 의사들은 그에 대한 장기 적출을 거부하면서 “살아있는 사람의 장기를 어떻게 적출하냐”는 말을 했던 것으로도 전해졌다.
이번 사건의 내부 고발자인 마틴은 “당시 장기 적출팀은 다른 의사를 찾아 장기 적출 수술을 끝내라는 압력을 받았으며, 그렇지 않을 경우 해고될 것이라는 압력 또한 받았다.”며 “당시 장기 적출 수술에 가담했던 한 직원은 당일 그곳에서 퇴사했다.”고 말했다.
마틴과 이 사건에 연루된 다른 직원 또한 큰 충격을 받고 일을 그만둔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현재 이 사건과 관련하여 켄터키 주 법무 장관실을 포함하여 관련 기관들이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켄터키 주 법무 장관인 러셀 콜먼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끔찍한 사건과 관련하여 켄터키 주 법무부는 연방 대표단과 협력하고 있으며, 켄터키 주의 여러 법 집행 기관 및 검찰 당국 또한 이번 사건과 관련된 사실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사건이 밝혀지게 된 경위
마틴은 해당 사건과 관련하여 미국 의회에 편지를 보낸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그녀가 보낸 편지의 일부 내용은 “어떻게 멀쩡하게 살아있는 사람의 장기를 적출하라고 압력을 가할 수 있는지”에 관한 내용이 포함돼 있으며, 해당 사건 이후 그녀는 외상후스트레스 진단을 받은 것으로도 전해졌다.
월스트리트 저널이 보도한 바에 의하면 그녀가 보낸 편지는 미국 하원에너지상무위원회(U.S. House Energy and Commerce Committee)의 조사 소위원회로 보내졌다고 밝혔다. 그녀가 편지를 보낸 지 1년 후인 지난 9월 11일 미국 하원위원회는 해당 문제와 관련된 청문회를 개최했다.
미국 하원의 소위원회에서 청문회가 개최된 후, 그녀는 장기 운반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쿨러 상자를 만드는 전문 업체인 파라고닉스(Paragonix)에서 해고된 것으로도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