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명문 대학에 소수 인종 입학률이 급격히 낮아진 이유
인종적 다양성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소위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 또는 적극적 우대조치라 불리우는 제도를 폐지한 미국 명문 대학들의 소수 인종 학생들의 입학률이 현저하게 줄어든 것으로 보고되었다.
소수 인종 학생들의 명문 대학 입학을 어느정도 선에서 허락하는 적극적 우대조치 정책에 대한 반발은 1990년대 들어 미국에서 극에 달했으며, 급기야 텍사스와 워싱턴, 그리고 플로리다 및 캘리포니아 등 여러 주에서 해당 정책을 폐지하자는 법안이 제정되기에 이르렀다.
미국의 명문 대학들은 서로 다른 배경과 경험 및 신념을 가진 학생들이 모일 때 가장 강력해질 수 있다는 전통적 관념에 따라 적극적 우대조치를 시행해 왔지만, 많은 백인 학생들에게 이 또한 차별이 될 수 있다는 주장에 따라 미국의 대법원은 2023년 6월 해당 제도에 대한 폐지를 명령했다.
적극적 우대조치 폐지의 여파
지난주, 미국 명문대학교 중 하나인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 채플힐 (UNC) 신입생들의 프로필이 공개됐는데, 미국 대법원이 적극적 우대조치 폐지를 허락한 지 1년 만에 해당 대학교에 입학한 흑인 학생들의 수는 약 2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UNC에서 흑인 학생들의 입학률이 급격하게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시아계 및 하와이 태평양섬 계통의 학생들 입학률은 미미하지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버드 대학교 역시 흑인 학생들의 신입생 비율은 전년 대비 22% 감소해, UNC와 비슷한 감소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적극적 우대조치가 미국 대법원에 의해 폐지된 후 두 학교 모두 흑인 신입생들의 수가 현저히 줄어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올해 예일 대학교에 입학한 흑인 학생들의 비율은 작년 가을 입학한 흑인 학생들의 비율과 비교했을 때 14%로 일정하게 유지되었지만 아시아계 학생 수는 작년에 비해 2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에 입학한 흑인 학생들의 수는 작년 가을 15%에서 올해 5%로 폭락했고 라틴계 학생은 31% 감소했으며, 지난달 MIT의 입학 처장인 스투 슈밀(Stu Schmill)은 미국 대법원의 적극적 우대조치 폐지로 인해 소수 인종의 입학 비율이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적극적 우대조치 폐지와 소수 인종 학생들의 경제적 파장
프린스턴 대학의 경제학 교수이자 적극적 우대조치 폐지의 영향력을 연구하는 재커리 블리머(Zachary Bleemer)는 1990년대에 걸쳐 미국의 일부 주에서 통과된 해당 제도의 폐지는 대학들의 인종적 다양성에 영향을 미쳤을뿐만 아니라 소수 민족 학생들의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블리머 교수는 “캘리포니아가 1998년에 해당 조치를 종료했을 때 캘리포니아의 UC 버클리와 UCLA 는 소수 인종 학생들에 대한 선발이 가장 많은 학교였음에도 불구하고, 흑인과 히스패닉 계통의 신입생 등록률이 40%에서 50% 감소했다.”고 말했다.
블리머는 또한 “매 해마다 캘리포니아 대학에 지원하는 소수 민족의 학생들은 1,000명 이상씩 줄어 왔다”면서 “흑인과 히스패닉 계통의 학생들에 대한 해당 대학교의 진학률 감소는 해당 인종의 학생들에게 장기적인 경제적 파장을 불러들였다.”고 밝혔다.
블리머는 계속해서 “적극적 우대조치 폐지로 인해 흑인과 히스패닉 계통의 학생들은 수준이 낮은 대학으로 진학할 수 밖에 없었고, 결과적으로 수익성이 좋은 STEM 분야 학위를 취득하거나 대학원 학위를 취득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아졌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블리머는 “캘리포니아에 있는 UC 계열의 대학보다 수준 낮은 대학들을 졸업한 학생들이 노동 시장에 진입할 경우, 임금의 5~6%가 감소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도 말했다.
적극적 우대조치가 폐지된 이후의 대안
그러나 적극적 우대조치가 폐지된 이후 몇 년 동안 미국의 대학들은 인종적 편향성을 막기위한 일환으로 여러가지 대안을 모색해 왔다. 예를들어, 텍사스와 플로리다 같은 주에서는 학급에서 상위 10% 또는 20%에 해당되는 고등학교 졸업생들에게 명문 주립대학교의 자동 입학을 보장하는 제도를 시행해 왔다.
캘리포니아와 같은 주에서는 명문 대학 입학에 SAT나 대학 입학에 이용되는 여러가지 시험 점수에 중점을 두는 것 보다는 지원자들의 자격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그러한 방식의 채택으로 인해 흑인과 히스패닉 계통의 명문 대학 지원자들에 대한 입학률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적극적 우대조치가 시행되던 때 만큼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고되었다.
적극적 우대조치 폐지로 인해 훼손된 다양성
블리머 교수는 적극적 우대조치의 종식은 미국 대학의 가치를 오히려 깎아내린 경향이 있으며, 미국의 명문 대학들 역시 적극적 우대조치의 폐지로 인해 인종적 중립 기회를 스스로 저버린 점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인종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국가이기도 하지만, 미국은 어째든 다양한 인종들이 모여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국가이기도 하다. 그래서 미국에서 발생하는 이슈나 문제는 인종적으로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볼때 해결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래서 그러한지는 모르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미국의 많은 젊은이들은 인종적 편향성을 보이는 단체나 학교에 대해 큰 거부감을 보이는 경향이 뚜렷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이를 의식한 듯 미국의 명문 대학들 역시 적극적 우대조치의 폐지로 인해 인종적 다향성이 훼손됐다는 점을 인정하고, 대학 입학에 있어서 인종중립정책을 반영하겠다고 공공연하게 발표하고 있다.
UNC 채플힐에 입학한 흑인 학생들의 급격한 감소는 해당 학교 학생들과 동문들의 즉각적인 항의를 불러일으켰다. 해당 학교의 입학 담당 부교무처장인 레이첼 펠드먼(Rachelle Feldman)은 “채플 힐의 입학 절차에서 우리는 법을 준수하고 있지만 다양한 학생들의 지원 방안 또한 고심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하버드 대학교의 입학 담당자인 윌리엄 피츠시몬스(William R. Fitzsimmons)는 “우리는 서로 다른 배경 및 경험, 그리고 신념을 가진 학생들이 모일 때 가장 강력해진다.”며 “우리에게 닥쳐진 공통의 과제나 문제들은 다양한 관점을 가진 사람들의 입장에서 바라볼 때 해결 능력이 더욱 탁월해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