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검거되는 미국내 중국인 고정 간첩들
미국과 중국 두 국가간의 글로벌 경쟁이 더욱 치열해짐에 따라 미국내에서 중국 정부를 위해 간첩 활동을 벌이는 중국인 고정 간첩들에 대한 검거 소식이 지속적으로 전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뉴욕 주 정부에서 근무해 오던 한 중국계 미국인 여성이 중국 정부의 스파이로 활동해 온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이 여성은 수 년 동안 중국 정부의 스파이로 활동해 오면서도 어떻게 검거되지 않을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연방 검찰이 밝힌 바에 의하면, 린다 쑨(Linda Sun, 41)으로 알려진 해당 여성은 2018년 겨울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 미국 거주의 중국인 사업가가 그녀의 중국 여행을 도와 주었으며, 미셸 오바마 여사가 중국에서 묶었던 최고급 호텔까지 예약해 준 것으로 드러났다.
그로부터 1년 후, 그녀는 베이징을 두 번째로 방문할 당시에도 1년 전 그녀의 베이징 방문을 도왔던 사업가와 서신을 주고받으면서,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70주년을 기념하는 군사 리셉션에 참석하겠다고 그 사업가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간첩 혐의로 기소된 중국계 미국인 부부
그러다가 2020년 여름, FBI는 쑨을 조사하기에 이르렀다. 당시 FBI는 쑨에게 그녀의 중국 여행 목적에 대해 물었지만, 그녀는 뉴욕주 아시아 커뮤니티 업무와 관련해 중국 방문을 하게 되었다고 거짓말을 했었지만, FBI는 그녀에게 중국공산당 건국 70주년 기념 행사 사진을 보여주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그녀를 기소한 내용에 따르면, 쑨은 중국 여행과 관련된 비용을 누가 지불했는지를 뉴욕주와 미국 연방법에 따라 공개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내용을 철저하게 숨겨 왔으며, 수년간에 걸쳐 중국 정부 관리들과 접촉했던 사실 또한 철저히 숨겨 왔다고 밝혔다.
결국 쑨은 중국 정부의 간첩 혐의와 관련하여 2023년 뉴욕 주 정부로부터 해고된 후 기소되었으며, 이번 달에 공개된 기소장에는 그녀와 그녀 남편에 대한 수많은 간첩 혐의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쑨이 몇 년 동안이나 중국 정부를 위해 간첩활동을 벌여 왔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기소하는 데 왜 그리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연방 수사당국은 그녀의 간첩활동과 관련하여 정확한 증거 수집을 위해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 밖에 없었다고 항변하고 있다.
쑨의 공동 피고인이자 남편인 크리스 후(Chris Hu)는 무죄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으며, 그들의 변호사는 연방 수사당국이 그들의 간첩 혐의에 대해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수사해 왔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태어나고 미국인으로 귀화한 쑨은 그때까지 수년 동안 뉴욕 주 정부에서 근무해 왔으며, 뉴욕 주 정부에서 근무할 당시 그녀의 직함은 캐시 호컬(Kathy Hochul) 뉴욕 주지사의 부참모장 이었고, 2012년부터는 전 뉴욕 주지사였던 앤드류 쿠오모의 보좌관으로 근무하기도 했었다.
쑨은 또한 뉴욕 주 정부에서 근무해 오면서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문제와 관련된 책임 역할을 포함하여 여러 개의 주요 직책들을 맡아왔던 것으로도 전해졌다.
쑨에게 적용된 혐의
쑨의 간첩 혐의와 관련하여 연방 검찰이 밝힌 바에 의하면, 그녀는 이전 뉴욕 주지사인 쿠오모와 호컬 주지사 행정부 시절 여러 기관에서 근무해 오면서 중국과 대만, 그리고 미국간의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대만 공무원들이 뉴욕 주 공무원에게 접근하는 것을 지속적으로 차단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그녀는 또한 대만이라는 국가의 명칭이 뉴욕 주지사의 입에서 언급되지 않도록 연설문 작성을 지시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대만이 요청하는 그 어떠한 것도 뉴욕주에서 이행되지 않도록 효과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해 왔다고 중국 영사관 직원에게 자랑했던 것으로도 밝혀졌다.
쑨은 호컬 주지사의 서신 관련 사무소에서 허가받지 않은 공식 연설문 작성을 요청했다는 보고가 접수된 이후인 2023년 초, 뉴욕 주 감찰관실에 회부되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 당시 뉴욕 주지사의 연설문 작성과 관련된 그녀의 요청은 그녀가 주 정부의 행정관실에서 노동부로 자리를 옮긴 시기였기 때문에, 주지사 대행으로 그녀가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직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일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쑨은 처음에는 감찰관실 조사에 거짓말로 일관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압박 수위가 높여오자, 나중에는 뉴욕시에 있는 중국 총영사관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의 요청에 따라 임의로 주지사 연설문 작성을 요청했다는 자백과 함께, 해당 영사관이 주최한 중국 음력설 행사에서 해당 연설문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쑨이 요청한 뉴욕 주지사의 연설문은 순전히 중국 공산당을 치하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었으며 중국 공산당 관계자들을 칭찬하는 내용 또한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 주 노동부는 해당 사건과 관련하여 3개월 후 쑨에게 해고를 통보하기에 이르렀다.
쑨과 남편에게 적용된 간첩 혐의
FBI의 조사가 진행된지 4년 후, FBI는 뉴욕 주 롱아일랜드(Long Island) 북쪽 해안가에 위치한 360만 달러의 쑨과 그녀의 남편인 크리스 후가 살고 있는 집을 야간에 급습했으며, 한 달 후에는 쑨과 그녀의 남편에게 중국 정부를 위해 간첩 활동을 벌였다는 혐의를 적용한 후 체포했다.
64페이지 분량의 기소장에서 연방 검찰은 쑨이 외국대리인등록법(FARA)을 위반했으며, 자금세탁 및 비자사기, 외국인들을 미국에 몰래 밀입국 시킨 혐의 등과 함께, 그녀의 남편에게는 자금세탁공모와 은행사기공모, 신분확인과 관련된 오용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발표한 바에 의하면, 쑨과 그녀의 남편은 그들의 간첩 활동에 대한 대가로 미국에서 부유하게 살 수 있는 호사를 누렸으며, 중국 공산당 관료들에게도 친인척들의 일자리를 부탁하는 한편, 미국과 중국 양쪽에서 친인척들의 사업을 성공적으로 안착시켜 주었다고도 덧붙였다.
미국 연방 검찰은 또한 쑨이 뉴욕 주에서 요구하는 윤리 교육에 참석하는 동안에도 중국 정부를 위한 간첩 활동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었으며, FBI가 쑨에게 잠재적 연방법 위반에 대해 통지한 이후에도 중국 정부를 위한 간첩 활동을 하고 있었다는 명백한 증거가 있다고 밝혔다.
해당 사건과 관련하여 전문가들은 연방 수사관들이 중국 공산당에 대한 그녀의 간첩 활동이 미국의 국가 안보에 즉각적으로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후, 그녀를 멀찌감치 밀착 감시하면서 지속적으로 더 많은 증거를 수집해 온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쑨의 기소와 관련된 뉴욕 주지사의 반응
쑨이 기소된 지 하루 만에 호컬 뉴욕 주지사는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큰 충격과 함께 격노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쑨이 미국 국민과 뉴욕주에 대한 신뢰를 저버렸다고 비난했지만, 호컬 주지사는 자신의 사무실이 쑨의 신원조사를 하는 과정상에서는 어떠한 하자도 없었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빙턴벌링(Covington & Burling LLP)의 파트너이자 선거 및 정치법률실무그룹 의장인 롭 켈너(Rob Kelner)는 “간첩 행위를 하고 있는 중국인들을 발견하는 어려움과 그들의 간첩 활동과 관련된 증거물들을 수집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은 그리 놀라운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켈너는 그러면서 “주지사와 주 정부 관료들은 일반적으로 고용하는 사람들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경향이 있으며, 그들은 또한 주지사 사무실에서 일할 누군가가 감히 다른 나라를 위해 간첩 활동을 벌인다는 생각과 가정을 전혀 갖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한 “중국인들을 포함하여 아시아계 미국인들을 간첩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매우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주 정부 당국은 함부로 그러한 사실을 입에 오르내리기 부담스러웠을 수도 있다”며 “그래서, 중국계 미국인들이 간첩 활동을 하면서도 의심을 피하기가 비교적 쉬웠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미국 내에서 중국 공산당의 간첩 활동을 감지하기 위한 미 법무부의 시도는 중국계 미국인들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을 크게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 및 각계 각층의 불만과 함께, 일련의 사건이 기각된 이후인 2022년에 결국 폐지되었다.
또 다른 중국계 미국인들의 간첩 활동 사례들
2023년 이후로 쑨과 그녀의 남편에 대한 간첩 혐의 사건 외에도 중국 정부를 위한 간첩 혐의로 중국계 미국인들이 기소되거나 유죄 판결을 받은 또 다른 사례들이 여러 건 존재하고 있다.
작년에는 중국계의 두 남자가 중국 정부를 대신하여 뉴욕시의 로어 맨해튼(Lower Manhattan)에서 비밀 경찰서를 운영한 혐의로 기소되었고, 또 다른 세 명의 중국계 남성들은 중국 정부를 대신하여 뉴저지 주에서 한 가족을 스토킹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리고 가장 최근에는 73세의 한 중국계 미국인 활동가가 지난달 중국 정부를 위해 간첩 활동을 벌였다는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례가 있다.
중국의 간첩 활동과 미국 정부의 대응
중국이 세계 최대 강국으로 부상하고 무역 및 기술 등의 여러 분야에서도 미국과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미국내에서 중국의 간첩 활동이 커짐에 따라 미국의 정보 당국은 중국 공산당의 간첩 활동에 촉각을 곤두세우기 시작했다.
단적인 예로 중국은 공자학원과 같은 문화 교류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미국 대학 캠퍼스 내에서 간첩 활동을 벌여 왔으며, 중국어와 문화를 홍보하기 위해 설립된 해당 연구소는 순수한 학술 연구 보다는 민감한 정보를 수집하는 데 잠재적인 역할을 해 왔다는 이유로 비난 및 미국 당국의 조사를 받기도 했다.
중국의 간첩 활동 위협이 광범위하고 정교해 지면서 미국 또한 중국에 대한 방첩 활동을 크게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FBI와 미국 법무부 및 기타 정보 기관은 중국 정부가 벌여온 것으로 추정되는 간첩 활동을 대상으로 수 많은 조사와 기소를 하기 시작했다.
미국 정부는 또한 중국 기업들에 대한 무역 제제를 가하는 한편, 중국 학생들과 연구원들에 대한 비자 심사를 더욱 강화한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중국의 사이버 공격으로부터 미국의 중요한 인프라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에도 더욱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 내 중국 정부의 간첩 활동은 전통적인 냉전 시대의 간첩 활동 보다 더욱 정교해지고 교묘해진 경제적 활동이나 사이버 공격과 같은 형태로 발전했다. 두 나라 간의 경쟁이 기술 및 군사 개발 분야로 확장됨에 따라 중국의 간첩 활동 또한 더욱 광범위해지고 치밀해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미국은 중국과의 경제 및 학문적 교류 관계를 기존에 유지해 왔던대로 계속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는 있지만, 중국 정부의 간첩 활동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는 크게 고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계 미국인 로버트 김의 간첩 활동 사례
로버트 김(Robert Kim, 본명 김채곤)으로 알려진 한국계 미국인 또한 1996년 미국에서 간첩 혐의로 기소되었다. 그는 미국 해군 정보국(ONI)에서 정보 분석가로 근무하던 중, 미국의 군사 기밀 정보를 복사하여 한국 정부에게 전달한 혐의로 체포된 후 기소되었다.
당시 로버트 김은 한국을 위해 정보를 제공했다면서, 자신의 그러한 행동이 한국과 미국 간의 동맹 관계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국 법에 따르면 그러한 그의 행위는 국가 기밀을 외국 정부에 넘긴 간첩 활동에 해당되는 중범죄일 뿐이다.
로버트 김은 해당 사건과 관련하여 1997년 간첩 혐의로 유죄가 인정된 후 미국 법원에서 9년의 징역형이 선고되었다. 이후 그는 2004년에 조기 석방된 후 미국에 잠시 거주하다가 한국으로 귀국했다.
이 사건은 당시 한미 관계에 미묘한 외교적 파장을 불러 일으키면서, 한국에서는 로버트 김을 애국자로 보는 시각도 일부 있었지만, 미국에서 그는 간첩 활동으로 미국법을 위반한 사람으로만 간주되었다.
가장 최근, 한국계 미국인에게 적용된 간첩 혐의
가장 최근에 한국계 미국인과 관련된 간첩 활동 소식은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분석가이자 한국계 미국인인 수 미 테리(Sue Mi Terry, 54)가 한국 정부의 스파이로 활동해 오면서, 그에 대한 대가로 사치품 및 명품백과 고급 식사를 한국 정부로부터 받은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다.
이전에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고위 관리로 일했던 그녀는 외국 요원 미등록 혐의와 관련된 특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었다. 미 연방 검찰은 테리가 CIA와 국가 안보 위원회에서 일한 지 약 5년 후인 2013년 한국의 국정원 요원으로 일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녀는 또한 2001년부터 2008년까지 CIA의 수석 분석가로 일한 후 조지 W 부시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에는 국가 안보 위원회에서 한국 및 일본의 해양문제 담당 국장을 포함하여 미국의 연방 정부에서 다양한 직책을 맡아왔던 것으로도 전해졌다.
지난 화요일(2024년 7월 16일) 뉴욕 남부 지방 법원에서 공개된 문서에 따르면, 북한 전문가인 테리가 10년 이상 대한민국 국정원의 요원으로 활동해 왔지만, 미국 관계 당국에 외국의 요원으로 등록하지 않은 채 불법적으로 한국의 정보 요원으로 활동해 왔다고 밝혔다.
테리는 해당 사실을 부인했고, 그녀의 변호사인 리 울로스키는 그녀에 대한 모든 혐의는 “전혀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미국의 사법 당국은 어떠한 증거도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31페이지 분량의 그녀의 혐의와 관련된 기소장에는 테리가 2023년 FBI 요원들에게 한국의 정보원으로 일해온 점을 인정했으며, 한국 정부가 테리에게 2,845달러짜리 돌체앤가바나 코트 및 3,450달러짜리 루이비통 핸드백과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제공했다고 밝히고 있다.
한국에서 태어난 후 12세에 미국으로 이주한 테리는 2001년 매사추세츠 터프츠(Tufts) 대학교의 플레처 법학외교 학교(Fletcher School of Law and Diplomacy)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그녀는 영어와 한국어로 강의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