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미국의 주택 시장
미국 서민들이 주택을 구입할 시 소요되는 비용보다 더 큰 단일 비용은 아마도 없을 것이며, 현재 미국 서민들에게 닥쳐진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저렴한 가격으로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느냐의 여부일 것이다.
한국에서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가격이 크게 상승해 수도권 지역에서 주택을 구입할 수 없게 된 것이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지만, 그나마 대한민국 5대 광역시의 주택 가격은 수도권에 비해 3배 이상 저렴하고, 나머지 지방 도시는 수도권에 비해 약 5배 이상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미국은 전국적으로 남아있는 주택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주택 가격이 전국적으로 크게 상승했으며, 특별히 캘리포니아를 포함한 미국 서부 지역의 주택 가격 상승은 상상을 초월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서민들의 주택 구입은 이전보다 훨씬 더 어려워졌다.
한 마디로, 한국의 주택 가격은 서울 및 경기도 일대가 포함된 수도권을 중심으로 엄청나게 상승하고, 지방 도시의 주택 가격 상승 폭은 상당히 미미한 반면, 미국의 주택 가격은 지역과 장소에 관계 없이 전국적으로 엄청난 폭으로 상승했다는 점이다.
한국과 미국 주택 가격의 상승 요인이 다른 점
특별히, 한국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주택을 단순 주거 공간이 아닌 투자 자산으로 보는 경향이 두드러져, 부동산을 가지고만 있어도 계속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 심리가 형성돼, 투기 목적으로 주택을 구입하는 경향이 많이 나타나, 결국에는 주택 가격의 상승을 더욱 부추긴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미국 사람들 역시 부동산을 투자 자산으로 보는 경향이 있기는 하지만, 미국 사람들의 투자 성향은 부동산 보다는 주식 및 펀드와 같은 금융쪽에 편향돼 있다.
그래서 미국에서의 주택 가격 상승은 한국처럼 투기에 의한 것이라기 보다는 대체로 주택 재고의 만성적 부족으로 인해 빚어졌다고 해도 틀린말이 아니다. 미국에서의 만성적 주택 재고 부족은 여러가지 복잡한 요인들이 얽히고 설켜있기 때문에 해결 방법 또한 굉장히 복잡하고 어렵다.
미국의 주택 전문가들은 고질적이고 만성적인 미국의 주택 부족 문제와 관련된 주택 가격의 상승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잠정적으로 천억달러(약 130조 원) 이상이 소요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미국 연준이 은행 금리를 크게 올림으로서 주택 모기지 또한 이전보다 크게 상승했다. 통상적으로 모기지가 상승할 경우, 어느정도의 주택 가격 하락이 동반되는 것이 정상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는 모기지 금리의 상승과 관계없이 주택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해 왔다.
미국은 현재 인플레이션이 완화되는 시점에 접어들었고, 지난 몇 년 동안 엄청나게 높게 유지되어 온 금리 또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주택 모기지 역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에서 모기지 금리가 낮아질 경우, 주택 가격은 상대적으로 높아질 수 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가뜩이나 높은 미국의 주택 가격은 모기지 금리 하락으로 인해 더욱 높아질 수 있게 되었다.
사실상, 팬데믹을 기점으로 주택 가격 상승은 세계적인 추세로 자리잡고 있는 듯 하다. 특별히 선진국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와 온라인 학습이 보편화되면서, 더 넓은 주거 공간에 대한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대형 아파트와 단독 주택의 가격 또한 크게 상승했다.
주택 가격 하락을 위한 해리스 부통령의 제안
미국에서의 주택 가격 상승은 경제적으로 가장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으며, 미국 정치권에서도 현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래서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말라 해리스는 최근 300만 개 신규 주택 건설 계획을 발표하면서 미국의 주택 문제 해결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전 미국 재무부 수석 경제학자이자 현재는 브루킹스 연구소(Brookings Institution)에서 경제연구 프로그램의 부사장겸 소장으로 재직중인 벤 해리스(Ben Harris)는 카말라 해리스가 밝힌 계획이 상당한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고 지지한 바 있다.
하버드 공동주택연구센터(Harvard Joint Center for Housing Studies)가 지난 6월달에 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약 4천만 가구는 주택 빈곤층으로 분류돼 있으며, 이들은 소득의 최소 30% 가량을 임대료나 모기지 납부와 같은 주택 비용을 위해 지출한다고 밝혔다.
한 가구의 예산 중 많은 비용이 주택에 사용될 경우, 음식 및 다른 생필품과 교육, 그리고 은퇴 자금과 같은 중요한 투자에 이르기까지 여러가지 다른 용도에 쓰여질 돈이 크게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미국 서민들의 주택과 관련된 비용 지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저렴한 주택 공급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이러한 주택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여러가지 방법이 미국 정치권에서 도출된다고 하더라도, 현재의 분열된 미국 정치 환경하에서는 어떠한 방법도 의회 통과 여부가 불투명하다.
그래서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은 이러한 주택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 방안으로 주택 건설업자들의 은행 대출 문턱을 낮추어 주고, 신규 주택 건설 업체들에게는 이웃주택세액공제(Neighborhood Homes Tax Credit)라는 명목으로 세금을 면제해 주는 방법등을 제안했다.
해리스는 또한 주택 건설에 있어서 가치가 낮은 지역에 주거용 주택을 개발하는 업체들에게 별도의 세액 공제를 해 주고, 저소득 가구를 위한 임대용 부동산 건설 업체들에게는 상당한 세금 감면을 제공하는 저소득주택세액공제를 두 배로 늘릴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