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립학교를 주일학교로 착각하는 미국의 일부 정치인들

미국의 건국이념이 기독교이기 때문에 미국의 모든 공립학교에서 십계명과 성경을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하는 미국의 일부 정치인들로 부터 비롯된 공립학교와 관련된 종교 문제가 지난 몇 주 전부터 뉴스에 많이 오르내리고 있어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텍사스 교육청은 유치원부터 초등 학년까지 일부 독서 수업에 성경 이야기를 가르치는 새로운 커리큘럼을 제안했으며,루이지애나 주지사인 제프 랜드리(Jeff Landry)는 지난 6월 19일, 주 내에 있는 모든 공립학교 교실에 십계명을 게시하도록 요구하는 법안에 서명한 바 있다.

그리고 일주일 뒤에는 오클라호마 주 교육감인 라이언 월터스(Ryan Walters)가 5학년에서 12학년까지 십계명이 포함된 성경을 커리큘럼에 포함시키도록 요구하는 문서를 갑작스럽게 발표하기도 했다.

풋볼 코치와 학군(Kennedy v. Bremerton)간의 분쟁

정치적으로 보수적 색채를 띄고 있는 이러한 정치인들과 관료들이 종교를 강조하는 현상은 조셉 케네디가 브레머턴 학군(Kennedy v. Bremerton)을 상대로 고소한 사건과 관련이 있다.

해당 고소건은 워싱턴주 브레머턴(Bremerton)의 공립 학교에서 고등학교 미식축구 코치를 맡았던 조셉 케네디(Joseph Kennedy)가 매 순간마다 풋볼 경기가 치루어진 후 경기가 치루어졌던 풋볼 경기장의 중앙에서 기도하는 것에서부터 비롯되었다.

그의 기도하는 모습에 다른 선수들과 여러 명의 사람들도 그의 기도에 동참하게 되었다. 그러나 교육 위원회는 그의 행동이 종교와 공적기관의 분리 원칙에 어긋난다는 이유를 내세우며 그에게 다른 장소에서 개인적으로 기도하기를 권했지만, 케네디는 그가 하던대로 계속 기도하겠다고 버텼다.

이후 해당 학군의 교육위원회는 그의 풋볼 코치 계약이 만료되자 그가 맡아왔던 풋볼 코치 직을 박탈했고, 이에 케네디는 해당 학군의 교육위원회가 수정헌법 제1조에 명시된 종교의 자유를 위반했다며 교육위원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해당 소송과 관련하여 미국의 제9 순회항소법원 및 하급 법원들은 교육위원회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러나 2022년 미국의 대법원은 6-3으로 개인 신앙을 제한한 조치는 수정헌법 1조에 위배된다고 판단하면서, 지난번 하급 법원에서 내려졌던 해당 소송의 결정을 뒤집었다.

결국, 개인의 종교 활동을 제한하는 것이 수정헌법 1조에 위배된다는 미국 대법원의 결정을 바탕으로 보수 성향의 정치인들은 십계명과 성경을 공립학교에서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공적 시스템과 종교가 분리되야만 하는 이유

공립학교에서 십계명과 성경을 가르치는 것이 듣기에 따라서는 바른 신앙의 기초위에서 바른 교육을 강조하는 것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사실상 특정 종교를 국가 시스템에 적용시키려는 시도가 얼마나 무모하고 위험천만한 일인지 모르고 하는 소리이다.

미국의 정체성을 기독교로만 한정한다면 미국은 결국 기독교라는 종교를 가진 사람들만을 위한 국가라는 의미로 국가의 정체성이 종교에 한정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사실상, 미국에는 무슬림을 포함하여 다양한 종교를 가진 많은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고 있는 국가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에서 모든 종교는 정치와 분리될 필요가 있으며, 국가의 통제 없이 어떤 종교활동이든 보장되야만 한다. 이것이 미국의 수정헌법 1조가 명시하고 있는 종교자유의 목적이며 취지이고, 그렇기 때문에 미국의 공립학교는 결코 주일학교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물론 기독교라는 종교를 바탕으로 미국 학교 및 사회에 사랑과 포용이 전달되고 실천된다면 그것보다 더 좋은 결과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보수 정치인들이 십계명과 성경을 교실에서 배워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은 포용과 사랑이라기 보다는 기독교의 교리를 단순하게 강요하는 것 밖에는 되지 않는다.

기독교적 교리 강요는 결국 율법주의와 연결될 수 밖에 없으며 예수님 당시의 바리새인들 역시 율법주의자들 이었다. 예수님 역시 이러한 율법주의자들의 신앙을 누룩이라 지칭하면서 극도로 경계했던 사실이 성경에도 기록돼 있다.

사실상, 신앙적 측면에서 보더라도 현재 미국의 일부 보수 정치인들이 강조하는 십계명과 성경을 교실에서 배워야 한다는 것은 율법적인 것 이상 또는 이하도 아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싶다.

균형을 잡고 한쪽으로 치우치지 말아야 되는 국가 시스템

텍사스주와 루이지애나주 및 오클라호마 주 정부는 너무 종교적으로 치우치는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미국의 국가 체제는 법원 및 행정부를 포함하여 다양한 이해 집단을 위한 다원주의적 성격을 띄고 있으며, 공립학교에서는 반세기 이상에 걸쳐 균형잡힌 시스템을 유지하도록 노력해 왔다.

사실상, 기독교의 교리를 미국의 공교육 시스템에 주입시키려는 시도는 미국의 극보수 정치세력들이 자신들의 생각과 이념을 공교육 시스템에 반영시키려는 욕심에 지나지 않는다.

미국의 헌법은 종교적 색채를 포함하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기독교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미국의 헌법 6조항에는 공직자들의 종교적 색채 강조를 금지하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그리고 십계명과 성경을 강조하는 정치인들은 미국의 건국이념이 기독교라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공립학교에서의 성경 공부를 강조하고 있지만, 미국의 헌법이나 미국 시민이 될 수 있는 조항 어디에도 성경 적 이해가 필요하다는 구절이 전혀 언급돼 있지 않다.

왜냐하면 미국의 법률은 지극히 세속적일 뿐만 아니라, 십계명 또는 다른 성경적 문구에 근거하지 않는 삶을 살아가는 여러 종류의 사람들과 함께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더욱 강조하기 때문이다.

종교 교리적 접근

구약 성경에 기록된 일부 의로운 왕들이 산당과 우상을 제거한 후 하나님으로부터 칭찬받은 것과 관련하여, 지금이 예수님 오시기전의 구약시대라면 현재의 정치 지도자들 역시 성령님이 부어주신 능력으로 현재의 무분별하고 악한 세태를 바로잡기 위해 구약 성경에 기록된 왕들과 같이 공교육에 신앙을 주입시켜 학생들의 정신을 개선시키려 하는 것이라면 그렇게 하는 것이 맞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시기 전인 구약시대의 성령은 제사장이나 왕 또는 일부 사람들에게만 내려지는 특권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시 성령받은 왕과 제사장들 또는 일부 지도자들은 백성들을 다스릴 수 있는 권한과 동시에 하나님께 백성들을 잘 이끌어야 하는 책임 또한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예수님이 오신 이후에는 성령님이 이 땅에 오셔서 누구든지 성경을 통해 예수님을 알 수 있고 하나님과 만날 수 있는 은혜의 시대가 되었다. 그러므로 지금은 누구의 강요로 신앙생활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이고 개인적이며, 성령님의 도우심으로 은혜로운 신앙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보수 정치 지도자들이 진정 의로운 마음으로 그들의 신앙을 타인에게 전달하고 싶다면, 지금처럼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장황하게 떠들게 아니라 아모도 모르게 그리고 조용하게 봉사활동을 한다거나, 또 다른 여러가지 형태의 선행을 통해서 예수님을 증거하면 되는데, 왜 이렇게 요란스럽게 떠드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