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의 13세 딸에게 수갑을 채워버린 한 연방판사

US District Court for the Southern District of California
미국 제9 순회항소법원(The 9th US Circuit Court of Appeals)의 한 연방판사는 피고인 아빠의 재판을 지켜보던 13세 소녀를 관중석 밖으로 불러내 수갑을 채우고 배심원석에 앉힌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주고있다. 관련당국은 당시 그 판사가 취한 조치가 적절했는지에 대한 조사를 진행중에 있다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등이 보도했다.
로저 베니테즈(Roger Benitez) 미국 지방법원 판사는 2월 13일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심리를 일시 중지하고 처음으로 아빠의 심리에 참석해 울고있던 10대 딸을 관중석 밖으로 불러내 그 곳에 있던 보안관으로 하여금 수갑을 채우게 한 후 그녀를 배심원석에 앉히라고 명령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상당한 시간의 침묵이 있었고 베니테즈는 보안관에게 소녀의 수갑을 풀게 한 다음 그녀 자리로 돌아가도록 허락하면서 “정말 귀여운 아가씨”라고 그 소녀를 부른다음, 그녀가 “마약을 멀리하지 않으면 다시 수갑을 채울 것”이라는 경고를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소녀와 그 가족의 변호사는 “그녀에게 창피를 주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 같다. 엄청난 힘을 가진 누군가가 그녀에게 보낸 아주 분명한 메시지라 생각된다”며 “베니테즈 판사의 행동은 정말 현실과 동떨어졌다. 형사재판을 받고있는 가족들과 그 자녀들이 겪고있는 고통에 대한 이해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캘리포니아 남부 지방법원은 2월 17일 베니테즈가 취한 행동에 대해 고등법원에 불만사항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 판사의 위법행위 여부 결정에는 몇 주 또는 몇 달이 걸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UCLA의 법윤리학 교수인 스콧 커밍스(Scott Cummings)는 “일반적으로 이러한 문제는 제9 순회사법위원회가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해당 판사의 위법행위 여부를 조사하게 되며, 위법행위가 인정될 경우 그 판사에게는 권고 또는 직무정지등이 적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법윤리학 교수로서 20년 동안 재직했지만 이러한 행동을 한 판사에 대해서는 들어 본적이 없고, 피고인 아빠를 응원하기 위해 그곳에 있는 어린 아이를 판사가 표적 삼았다는 것은 판사의 자질이 의심된다”며 “베니테즈 판사가 사건을 심리할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심사가 철저하게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베니테즈 판사는 2003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에 의해 지명된 후 2004년 미국 상원에서 98대 1로 인준을 받았다. 당시 일리노이주 출신의 민주당 상원의원인 딕 더빈(Dick Durbin)만 그에 대해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04년 상원에 의해 연방판사에 인증된 후 지금까지 재직해 오고 있는 중이다.
연방 법원 데이터에 따르면 2021년 10월부터 2022년 9월까지 연방판사에 대한 불만 건수 접수는 1,520건으로, 대부분의 불만사항은 교도소 수감자들과 기타 소송 당사자들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