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9,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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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에서 안락사를 선택했던 한 미국 여인의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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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에서 안락사를 선택했던 한 미국 여인의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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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도 어제와 같이 시작되었다. 삶에대한 감사를 가끔씩 다짐하지만, 반복되는 일상의 매너리즘은 감사보다는, 몸에 배인 습관으로 하루를 시작하게 만든다. 일어나자 마자 컴퓨터를 켜고 CNN뉴스 사이트에 들어가자, 나의 눈을 끌어당기는 한 미국 여인의 안락사에 대한 내용이 있어 함께 나누어 보고자 한다.

병으로 인한 죽음을 보는 시선의 변화

그녀는 35살때, 촉망 받던 자신의 직업과 삶을 뒤로하고, 병마와 싸워야 하는 운명에 처하게 된다. 새로운 치료법을 찾아야 하고, 자신의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의술의 힘을 의지하면서 살아 왔지만, 결국 그녀는 자신의 병을 고칠수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62세의 나이인, 2019년 12월 16일 오전 11시, 신디 시겔 셰플러(Cindy Siegel Shepler)라는 이름의 그 여인은 스위스 바젤(Basel, Switzerland)의 한 룸에서 마지막 숨을 거두는 것으로 이 이야기가 시작된다.

병마와 싸우는 내내 극심한 고통을 겪어야 했던 그녀는,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인정되지 않은 안락사를 개인이 선택할수 있게하는 존엄성으로 승화시켜, 병마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의 고통을 덜어줘야 한다는 그녀의 신념을, 그녀의 임종을 끝까지 함께 지켰던 한 프로듀서가 이 글을 통해 알리는 것이다.

한 다큐 프로듀서와 그녀의 인연

라이언 프라이어(Ryan Prior)라는 이름의 프로듀서는 그녀가 스위스 바젤로 떠나기 전, 3일간을 그녀의 집에서 함께 머물렀고, 그녀가 숨지기 전 12시간동안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이야기를 이 글에서 하고 있다.

라이언은 20대의 독신이자 기독교인으로, 남는 시간은 무조건 전 세계 여행에 쓰고 싶은 자신을 소개하며, 그 여인은 라이언 보다 나이가 두 배 정도 많은, 결혼한 유대인으로, 내성 뇌종양염/만성피로증후군(myalgic encephalomyelitis/chronic fatigue syndrome – ME/CFS)을 앓고 있었다고 라이언은 그녀를 소개한다.

라이언의 팬 이었던 그 여인은, 라이언이 2017년에 감독했던 장편의 다큐멘터리를 본 후, 전혀 알지 못하는 그에게 연락을 취해 그와 만나게 되었으며, 그녀의 병과 그리고 본인이 생각하고 있는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대중들에게 전해 달라는 차원에서 그와의 인연을 시작했었다.

결혼, 그리고 병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

그녀는 1984년 대학 졸업후, 취직을 해 열심히 일하다가 중도에 병을 얻어 1993년에 퇴직하게 된다. 그 이후 그녀는 병마와의 지독한 싸움을 하게되고, 2002년 브릿지 토너먼트(bridge tournament)에서 남편 데이비드 셰플러(David Shepler)를 만났다. 그녀는 46세 되던 해인 10월에 남편과 결혼했다.

그녀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또 필요에 따라 여러 방면에서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면서, 그녀는 병을 고치기 위해, 육체적 고통을 덜어줄 약을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다.

미국의 많은 지역에서, 아직도 안락사는 불법

여러 방면에서 그녀의 병을 치유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했던 그녀는 죽음 또한 나름대로 준비하고 있었다. 죽음을 준비하는 방법으로 그녀는 두 가지 옵션을 준비했다. 하나는 평생동안 먹어야할 갑상선 약을 끊는것과 안락사 였다. 전자의 경우는 의사의 허락을 받지 못해 이루지 못했고, 후자의 경우는 미국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불법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이루지 못 했다.

미국 의학 협회(The American Medical Association)는 안락사를 의사의 윤리적인 차원과 사회적인 파장등을 고려해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9개 주는 직접적인 안락사는 아니더라도, 편하게 죽을수 있는 어떤방식(assistance with dying in some form)은 허용하고 있다.

콜로라도(Colorado), 하와이(Hawaii), 메인(Maine), 뉴저지(New Jersey), 오레곤(Oregon), 버몬트(Vermont), 워싱턴(Washington)과 컬럼비아 지구(District of Columbia)에서의 죽음에 대한 어떤 형태의 원조(Some form of assistance with dying)는 합법적이다. 지난 5년 동안 이와 관련된 6개의 법이 제정되었다. 몬태나(Montana)와 캘리포니아(California)주 에서는 법원 명령에 의한 합법성을 인정 받아야 한다.

극심한 고통 가운데 죽음을 원했던 신디

그녀의 고향인 테네시주 에서는 주의 국회의원들이 2017년까지만 해도 ‘죽을 권리(right to die)’ 법안을 제출했지만, 끝내 원내 표결에 상정 되어지지 않았다.

그녀의 남편인 데이빗은 그녀의 고통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면서, 극심한 고통가운데 있는 그녀를 어떻게 든 돕고 싶었으나, 죽음 밖에는 그녀를 도울수 있는게 없다는것을 알았다. 그러다가 안락사가 벨기에, 캐나다, 콜롬비아,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스위스에서 전적으로 또는 조건부로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결국 신디는 페가수스 스위스 협회(Pegasos Swiss Association)로 불리는 단체에 안락사 신청을 했고, 지원서가 승인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의 기쁨을 다큐멘터리 프로듀서에게 알려주었다고 말했다.

신디와의 마지막 인사

그 프로듀서는 마지막 죽음을 앞둔 그녀가 성경 시편 23장을 읽으며, 차분하고 기쁘고 감사한 마음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그녀를 묘사한다. 그러면서 그녀가 한 말을 마지막 부분에 삽입한다. “누군가 감히 내가 희망을 포기했다고 말하지 못하게 하라, 결코 그렇게 하지 않았으니까. 이 시점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정말 아무것도 없다.(Don’t you dare let anybody say I gave up hope,” she said. “Because I didn’t. There’s really just nothing that can be done at this point.)”고 말한것을 그는 전하고 있다.

이 프로듀서는 그녀의 병으로 인한 고통과, 그녀가 안락사를 택할수 밖에 없었던 그녀의 이야기로 인해, 2019년 최고 많은 독자를 확보한 ‘CNN 선정 스토리’의 영예를 부여 받았고, 그 영광을 그녀에게 돌리고 있다.

죽음이란?

죽음은 시기의 문제일 뿐, 누구에게나 닥치는 엄연한 사실이다. 당장 죽음이 코앞에 닥치지 않아 실감이 나지 않을 뿐이지, 서서히 우리 모두에게 다가오고 있는게 사실이다. 죽음을 대하는 상대적인 느낌의 차이는 있어도, 모두 죽는다는 절대성 앞에서는 아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죽음은 엄연한 사실이지만,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의 강도가 조금은 가벼워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죽음이라는 무거운 문제를 그냥 방치하거나, 애써 피하는 것 보다는, 좀 더 적극적으로 그 실체를 이해하려는 시도를 함으로써, 정작 그 시기가 다가올수록 엄습하는 두려움의 무게를 줄여보고, 철학적이든지, 종교적이든지, 나름대로 정립된 생각으로 죽음을 대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차원에서 이 글을 한 번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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